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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시계

롤렉스가 세상에 없었다면?

by desert-fox 2021.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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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의 설레는 짙은 녹색

 

 

오늘은 롤렉스가 세상에 없었다면?이라는 재미있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롤렉스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시계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만약 이런 롤렉스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재미있지 않나요?

 

 

"롤렉스가 세상에 없었다면"이라는 가정은 전체 시계 시장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롤렉스가 도입한 혁신 기술들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롤렉스가 오토매틱 무브먼트, 날짜 표시창, 다이빙 시계 등을 발명한 브랜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신 이것들을 아주아주 유명하고 인기 있게 만든 역할을 했죠.


또한 최초로 특정 기능들을 조합하여 하나에 시계에 담아낸 "최초"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합을 하는 것과 발명을 하는 것은 아예 다른 일이죠.

 

 

자 이제 정말 롤렉스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해봅시다.
지금부터 나올 글은 순전히 가정과 추측에 기반을 둔다는 점 알아두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다른 추측이나 의견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

 

 

 

 

 

롤렉스가 보유한 "세계 최초" 타이틀

 

롤렉스의 창립자 한스 빌스도르프(Hans Wilsdorf)는 믿을 수 있고, 정확하며, 합리적인 가격의 손목시계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빌스도르프는 그가 목표한 바를 잘 이뤄냈고, 이는 롤렉스라는 브랜드가 많은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죠.

 

몇 가지 예시를 말씀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910년

 

롤렉스는 Bureau Officiell de Conträle de lache de montres(시계 비율을 테스트하는 공식 기관)로부터 인증서를 받은 최초의 브랜드입니다.


롤렉스는 1910년에 손목시계를 위한 무브먼트로 인증서를 받았습니다.
그 이전에는 모두 회중시계의 무브먼트만 테스트해왔기 때문에 손목시계의 무브먼트로서는 최초인 셈이죠.

 

 

1926년

 

빌스도르프는 시계에 있어 "신뢰성"이라는 측면을 매우 중요시했는데, 시계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습기와 먼지였습니다.

 

빌스도르프는 1920년대 초에 이미 스크류 형식의 케이스백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만,
크라운 부분이 취약점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습기와 먼지를 막기에는 불충분했습니다.

 

1926년에 빌스도르프는 윌리스 조르주 페렛(Ulysse Georges Perret)과 폴 페레고(Paul Perregaux)로부터 스크류 방식의 크라운의 아이디어를 구입하여 스크류 케이스백과 함께 특허를 받게 됩니다.


롤렉스는 이 혁신이 적용된 첫 번째 시계를 굴처럼 꽉 닫히는 케이스를 가진 시계, "오이스터"라고 불렀습니다.

 

 

1945년

 

롤렉스는 1926년에서 1945년 사이에 많은 것들을 개발했고, 이를 적용하여 1931년 오이스터 퍼페츄얼이라는 시계가 등장하게 됩니다.


1945년에는 오든 현대 손목시계의 어머니급이라고 할 수 있는 롤렉스 데이트저스트도 등장합니다.
롤렉스 데이트저스트는 날짜를 표시하는 창을 가진 최초의 시계입니다.

 

 

1956년

 

1966년 롤렉스 데이데이트 광고

 

롤렉스 컬렉션의 플래그십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데이트가 1956년에 등장하게 됩니다.
롤렉스 데이데이트는 다이얼에 날짜와 요일 두 가지를 모두 표시한 최초의 시계였습니다.

 

 

 

 

 

백만 개의 시계 생산

 

롤렉스는 매년 백만 개의 시계를 생산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브랜드에서 그 어떤 숫자도 정확히 확인해주지는 않지만, 백만 개 정도까지는 아닐 겁니다. (아마도 80만 개쯤 되려나요)
아무튼, 굉장히 인상적인 수치이죠.

 

많은 시계 브랜드들이 믿을 수 있고, 정확하고, 저렴한 시계를 만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롤렉스의 시계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품질이 높습니다.


롤렉스를 착용하는 사람들 중에는 비난받을만한 사람도 있고, 흠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적어도 롤렉스 시계 자체의 품질만큼은 흠잡을 데 없고 논란의 여지도 없습니다.

 

 

 

 

 

마케팅 천재 롤렉스

 

하지만 제가 가장 관심 있는 것은 롤렉스라는 브랜드의 마케팅입니다.

 

롤렉스가 세계 최고의 시계를 만든다는 것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있는데,

과연 이것을 어떻게 전달하고 달성했을까요?
롤렉스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계 브랜드로 성장했고, 어떻게 화폐처럼 사용되는 시계라고 할 정도로 중고 가격 방어가 잘 되고, 어떻게 수요가 이렇게 엄청나게 높아졌을까요?

 

롤렉스의 시계는 엄밀히 말해 "오트 오를로제리(Haute Horlogerie)"가 아닙니다.

롤렉스보다 훨씬 더 작은 브랜드에서도 훨씬 더 복잡한 제품을 생산하고는 하죠.


쥬른(F.P. Journe)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이 브랜드는 세계 최정상 수준의 복잡한 시계를 만들며, 시계를 일 년에 단 몇 개만 생산합니다.

하지만 연간 수십만 개의 시계를 판매하는 브랜드인 롤렉스가 쥬른보다 더 잘 알려져 있고 (일반인들에게는) 더 명품으로 인정받습니다.


롤렉스와 쥬른을 차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면, 일반 사람들은 누구를 더 부러워할까요?
열에 아홉은 롤렉스를 찬 사람을 고를 것입니다.

 

 

이런 롤렉스가 만약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오늘날의 롤렉스 정도의 이미지를 가진 다른 브랜드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명품 시계"에 대한 정의가 조금은 달라졌을까요?

 

 

 

 

 

 

 

 

롤렉스가 세상에 없었다면

 

롤렉스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 손목시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분명히 어떤 역할을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롤렉스가 시계 산업을 통째로 흔들만한 브랜드가 아닌 것도 사실이죠.

 

GMT 마스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글라이신 에어맨, 출처: www.in2watches.com/

 


GMT 마스터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모방하는 시계이며, GMT 시계의 조상처럼 여겨져 왔죠.
하지만, GMT를 처음 도입한 시계는 GMT 마스터가 아닌 글라이신(Glycine)의 에어맨(Airman)이라는 시계입니다.

에어맨이라는 시계는 GMT 마스터처럼 다른 브랜드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시계는 아닌 것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롤렉스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어떨까요?

 

GMT 마스터가 없어도 GMT 시계는 세상에 잘만 나왔을 것입니다. 에어맨이라는 좋은 예시가 있으니까요.


다이버 시계의 예도 들어볼까요?

 

1957년 롤렉스 서브마리너 광고

 

오메가는 다이버 시계인 씨마스터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브라이틀링은 1950년대에 슈퍼 오션(Super Ocean)을 만들어냈고, 쿼츠 파동으로 인해 사라졌던 수많은 브랜드가 다이버 시계를 만들었습니다.

 

롤렉스의 서브마리너는 유명하지만, 롤렉스가 다이버 시계를 발명한 게 아닙니다.
롤렉스가 세상에 없어도 서브마리너 대신 다이버 시계의 아이콘으로 자리할 시계들은 차고 넘치죠.

 

 

 

 

 

다양성의 부재

 

하지만 롤렉스가 세상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저는 개인적으로 다른 브랜드가 오늘날 롤렉스와 같은 인기와 수요를 가지기는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브랜드(대표적으로 오메가)가 롤렉스의 방식과 생산 프로세스 측면에서 매우 유사하지만,
롤렉스 같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는 수만 가지 다양한 원인들이 존재합니다.

 

 

롤렉스는 목표나 비전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거의 동일한 구조의 컬렉션으로, 가끔씩 작은 혁신 정도만 제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롤렉스는 롤렉스라고 알아보기가 쉽고, 75년 이상 된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기도 합니다.
만약 1950년대나 1960년대에 GMT 마스터를 구매한 사람이 시간이동을 해서 2021년으로 온다고 해도, 
롤렉스 펩시나 배트맨을 그가 가진 시계의 먼 후손이라고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롤렉스가 오늘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더 다양한 종류의 시계를 사람들의 손목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인기있는 시계(2016), 출처: Chrono24

 

위의 그림은 조금 오래된 차트이긴 하지만, 상위 15위의 시계들은 대부분 롤렉스가 차지하고 있고 현재도 상위권은 이 차트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롤렉스가 세상에 없었다면 사람들은 특정 브랜드의 시계를 사기보다 기능적, 미적 요구에 따라 더 다양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료, 친구 등 주변 사람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롤렉스를 사는 대신 조금 더 개인의 취향으로 시계를 고르는 행태가 많지 않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롤렉스가 세상에 없었다면
좀 더 나은 세상이었을까요?

 

저는 다양성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롤렉스이기 때문에"가 아닌 시계 브랜드를 고르게 된 흥미로운 뒷이야기 같은 것들을 좋아합니다.

 

물론 품질, 디자인 등 롤렉스 시계 자체에 대한 존경심도 없는 건 아니지만,
개성이 없는 세상은 흑백사진을 보는 것 같거든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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