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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무브먼트에 대한 글을 이미 한번 본 적이 있는데, 칼리버를 또 설명한다고요?
같은 말 아닌가요?
2021.03.26 - [패션과 시계] - 시계 용어 정리: 무브먼트
네 맞습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것 같아서, 오늘은 칼리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한번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칼리버(Calibre)는 원래 총과 관련된 용어입니다.
총의 구경이나 총에 들어가는 총탄의 지름을 의미하는데,
배틀그라운드 또는 총기를 사용하는 게임을 해보신 분들은 5탄, 7탄, 9탄 등의 단어를 부담감 없이 받아들이실 겁니다.
여기서 5, 7, 9라는 숫자는 각각 5.56mm, 7.92mm, 9mm의 지름을 가진 총탄이라는 뜻입니다.
독일이나 한국에서는 단위로 위처럼 밀리미터를 사용하고,
영국이나 미국은 인치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갑자기 왜 총 이야기냐고요? 글을 쭉 읽어보시면 연관성이 나온답니다~
오늘날 시계에 관련해서 칼리버란 단어는 보통 기계식 무브먼트와 같은 말로 쓰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제가 말했듯, 무브먼트를 이미 설명했는데 괜히 칼리버를 또 설명한다는 이야기가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칼리버라는 단어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과연 무브먼트를 의미했을까요?
정답은 땡입니다!
칼리버의 과거
1715년, 프랑스에서 활동한 영국 출신의 시계 제조업자 헨리 설리(Henry Sully)는 시계에 들어가는 무브먼트와 휠 등의 치수를 표현할 때 칼리버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합니다.
총의 구경이나 총탄의 지름을 표현하던 단어가 시계 부품의 치수를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기 시작한 것이죠.
무브먼트를 잘 보시면 cal.@@@@ 식으로 cal. 뒤에 숫자가 쓰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 숫자가 바로 무브먼트 또는 무브먼트를 구성하는 부품의 크기를 의미했던 것입니다.
현대에는 시계에 관련된 수많은 표준이 존재하고, 이 표준을 이용하여 시계 제조도 시스템화 되어 있습니다만, 옛날 옛적에는 이러한 표준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계 부품 또는 시계 제조에 관여하는 많은 제조업자들 사이에 약속이 필요했습니다.
칼리버는 그 필요성으로 인해 생겨난 약속인 셈입니다.
헨리 설리 이후 프랑스 시계 제조업자들은 지속적으로 칼리버를 무브먼트의 지름 등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현재까지 남아있는 예거 르쿨트르의 기록 중에서 칼리버 16T라는 단어가 남아있는데,
이는 16 리뉴 크기의 뚜르비옹(Tourbillon) 무브먼트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16 리뉴는 약 36mm를 표현하는 길이 단위니까, 36mm 지름의 뚜르비옹 무브먼트를 칼리버 16T라고 표시했던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는 미국의 시계 제조 시스템을 들 수 있습니다.
"아메리칸 시스템 오브 워치메이킹"이라고 하는 이 시스템은, 이전까지와 다르게 복잡한 시계를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미국 시계 제조사 "아메리칸 월섬 워치 컴퍼니"가 보급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850년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총기 전문 제조사였던 "사무엘 커티스"와 함께 미국의 시계 제조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총기에 사용되는 칼리버라는 단어를 시계 부품의 치수에도 사용하게 된 것이죠.
칼리버의 현재
시계의 대량 생산이 점점 발전해나가고, 2차 세계대전이 지나고 나자 동일한 지름을 가진 무브먼트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규격을 표현하는 칼리버라는 단어의 기능은 약해지고 차츰 무브먼트 자체를 뜻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칼리버는 특정 무브먼트의 모델명을 표시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많은 무브먼트 제조사들은 자체적인 규칙에 따라 무브먼트에 숫자를 부여하고 "칼리버+숫자"로 명명하는데,
브랜드나 제조사에 따라 이 규칙이 다 다르기에 알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진정한 시계 덕후라면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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